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3월호 가톨릭 다이제스트를 받았다.
윤학 변호사님이 쓰신 "이거 언제 다 썰지요?"라는 글을 보았다.
어릴 적 산더미처럼 쌓인 약재를 보며 "이거 언제 다 썰지요?" 물으면 아버지는 "머리로는 며칠 걸릴 일도 손발로 하면 금새 끝난다."며 약재를 하나하나 썰어가셨다.
그 많던 약재를 다 썰고 옷에서 먼지를 털며 일어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 구절을 보며 나도 아버지의 생각이 떠오른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정성껏 해라! 다른 사람의 손이 또 가지 않도록 해야한다."라는 말씀을 하시던
아버지는 늘 작은 일도 마음을 담아 하셨다.
사순시기를 지내며 나도 아버지의 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 본다.
사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자신의 괴로움과 아픔을
토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지금 병원에서 사목을 하다보니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성하지 않은 이들을
만난다.
경청하는 것으로부터 대화는 시작되고 그 끝도 귀기울임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나 때로는 진실되이 아픈 이들의 목소를 듣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의 이런 부족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사제라는 존재만으로 내가 만난 이들이 하느님을 향해 변치 않는 믿음을 지속하고 있음을 깨달으며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신지, 지금 여기에 성령의 움직임이 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신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윤변호사님의 글에 재수를 하며 수능시험을 치루어 우수한 점수를 받았지만 등급 때문에 원하던 대학교에 올해
낙방한 딸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빠, 이번에 실패했어도 하느님이 분명 좋은 길을 마련해두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 이번 실패로 나는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되었어.그렇다. 매 사순시기마다 절제를 하고자 많은 결심을 하지만 반복되는 실패를 통해서 자신의 부족함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항상 새로운 깨달음을 실패를 겪으며 고통이라는 아픈 포장을 통해 좋은 선물을 주신다.
세상에는 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길이 있음에도 한 길만 보며 성공했다고 기뻐하고 실패했다고 좌절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도 알았어."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어라." 하고 그에게 이르셨다.(요한 9, 6). 아멘.











